첫눈이 내린 날 : 짧고 달콤한 로맨스 이야기
서울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도 매력적이다.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면 사람들은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로 몸을 감싸지만, 첫눈이 내리는 날만큼은 모두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곤 한다. 그런 특별한 하루가 한나에게도 찾아왔다.
평범한 하루, 특별한 시작
출근길의 지하철은 언제나 붐볐다. 사람들의 얼굴엔 피곤함이 가득했지만, 한나는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루틴을 즐겼다.
매일 아침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뒤, 창가 자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그녀의 하루를 여는 방식이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한나는 익숙한 카페에 들어가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라는 주문을 마치고 창가 자리로 향하려 했다. 그런데 카운터 옆 테이블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약간 헝클어진 머리와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었고, 깊고도 따뜻한 눈빛을 지닌 사람이었다. 한나는 순간적으로 시선을 피했지만,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혹시 자주 오시는 분인가요?"
한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회사가 근처라서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여기 자주 오는데, 오늘 처음 뵙는 것 같네요."
따뜻한 대화의 시작
한나는 커피를 받아 창가 자리로 갔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말과 눈빛이 마음에 남았다.
잠시 후, 그는 커피를 들고와 물었다.
"저기 실례가 안 된다면 같이 앉아도 될까요? 혼자 작업하다 보니 집중이 잘 안 되네요."
한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그의 진지한 표정에 끌려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민재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작가라고 말했다. 주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글로 쓰고 있으며, 이 동네 카페를 돌아다니며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무슨 글을 쓰세요?" 한나가 묻자 민재는 따뜻한 미소로 대답했다.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에서 특별함을 찾는 글이에요. 오늘처럼요."
민재의 말에 한나는 웃음을 지었다. "그럼 지금 이 순간도 글감이 되는 건가요?"
민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오늘은 한나 씨와의 만남이 제 이야기의 시작일지도 모르겠어요."
특별한 연결고리
한나는 민재와의 대화가 편안했다. 그는 한나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따뜻한 말을 건넸다. 민재는 자신의 글에 등장하려면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번에도 이 카페에서 만나야 해요. 그래야 이야기가 이어지거든요."
한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제가 거절하면 이야기가 끝나는 건가요?"
"그렇죠. 하지만 한나 씨는 그러지 않을 것 같아요." 민재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매주 같은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일상과 꿈,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며 조금씩 가까워졌다.
글로 전하는 마음
어느 날 민재는 한나에게 작은 노트를 건넸다. "이거 읽어보세요. 한나 씨 생각하며 쓴 글이에요."
노트 속에는 짧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한 여자가 누군가를 만나며 조금씩 세상이 바뀌는 이야기였다.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말한다. 첫눈이 내리는 날,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한나는 노트를 읽고 나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글이 끝났네요."
민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이제 시작이에요. 앞으로의 이야기는 우리 둘이 함께 써가는 거니까요."
밖을 보니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날부터 진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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